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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저자로부터 지난봄에 출간한 자신의 책이 재판(2쇄) 찍을 때가 된 것 같으니 도판 몇 가지를 수정, 교체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연락을 받고 재고를 확인해 본 결과 지난 6개월간 1천여 부가
출고되고, 아직 4백여 부가 남아 있었다. 대개의 사진전문서들이 일 년 안에 초판 1천 부 팔리면 성공작으로 평가되는데 이 책은 반년도 안돼 3분의 2 이상이 팔렸으니 그리 성적이 나쁜 편도 아니었다.
담당자가 재고 현황을 저자에게 통보하니 저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전화를 끊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물론 저자의 입장에서는 의욕을 갖고 집필한 책이어서 판매도 어느 정도 확신을 했을 것이고, 재판 시기가 임박했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추측도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저자의 자신감도 충분히 감안해 이해해 보려고 했으나 출판하는 입장에서 민망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한동안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재고를 먼저 파악해 보고 재판을 준비하는 것이 일의
순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출판사로서도 책이 많이 나가면 손해 볼 일이 없는데 굳이 베스트셀러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저자의 입장에서는 기껏 애써 원고를 갖다주었더니 전국 방방곡곡에 책을 깔지도 않고, 마케팅 전략도 미약해 책이 안 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출판사를 탓할 수 있을 것이나 출판하는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출판사가 전문출판의 특성과 출판유통의 현실까지 저자에게
세세히 설명해 주어야 하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따지고 들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식의 논란으로 번지겠지만 저자는 출판사 선택이 잘못된 것이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원고 선택이 잘못된 것으로 요약될 것이다. 그 책이 한꺼번에 많이 나가지 않은 것은 현실이고, 그 책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기대고 바람일 것이다. 그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지 못한 것을 누구의 일방적인 책임으로 전가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출판물은 서점이라는 가장 실제적인 전장에 나가 있다. 그곳에서 독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의 잣대는 그 전장에서 승리하면 좋은 책이고, 패배하면, 즉 잘 안 팔리면 외면하는 습성이 있다. 잘 팔리는 책이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닐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안 팔리는 책이 반드시 좋을 리도
만무인 것이다. 그러나 재력과 영업적 성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리고 가치관을 종잡을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 말도 별로 그렇게 타당성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좋은 책들이 안 팔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해 왔으니까.
중요한 것은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데 저자나 출판사가 얼마나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한때는 시인을 시대의 안테나로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는 영상시대이므로
당연히 영상을 다루거나 이해하는 이들이 이 안테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가 말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한두 시간 영화에 몰두하듯이 왜 사진책에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일까.
단순히 화면이 정지되어 있고, 음향이 없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사진이 재미없고, 글이 깊이도
없으며,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책 보고 감동했다는
얘기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어쨌거나 책을 많이 판매하지 못한 출판사의 책임이 커보이지만 저자의 입장에서도 판매가 부진한
이유를 먼저 헤아려 보았어야 하지 않을까. 혹시 대놓고 내 책이 왜 많이 팔리지 않았는가 하는
경우없는 힐책을 독자들이 먼저 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혹시 독자들이 이렇게 묻는 것은 아닐까.

“당신 책을 왜 안 사 보느냐고……. 그걸 왜 내게 묻는가.”

(이 칼럼은 '월간 포토넷' 2004년 10월호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2004-10-14 | 이규상 | 눈빛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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