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 하장면 갈전리 숱둔골 남운열 씨(75세). 200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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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가 보기에 이곳 정선 산골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이들의 삶의 모습이야말로 한국인의 전형적인 습속과 전통적인 풍습, 정경을 거의 기적처럼 간직하고 있는 마지막 잔영이다. 그는 그 장면을 기록하고 각인하는 일을 소명처럼 간직한다. 보는 이들에게 뼈저린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새삼 우리네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환영처럼 떠올리게 한다. 급속한 근대화 속에서 빠르게 망각되고 훼손된 우리네 삶과 문화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시선이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여기는 생활현장과 사람들의 몸에 근접한 것이다.
작가는 정선에서 살면서 그곳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약 6년간 촬영했다. 그 시간은 그가 그곳에서 그들과 온전히 만나고 보낸 시간이다. 그가 찍어 놓은 풍경과 산 사람들, 그들의 살림살이와 연장은 모두 남한 땅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 있는 골동화한 흔적들이다.

사진속에는 강원도 원주민들의 삶의 풍경이 일종의 도감차럼 펼쳐져 있다. 농촌을 고향으로 둔 모든 이들은 이 사진 앞에서 다들 복고와 향수를 부채질하는 손길에 걸음을 멈추고, 기억을 되돌려 들어간 지난 시간 안에서 잠시 아늑할 것이다. 아마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이런 정경은 오직 조문호가 남긴 사진 안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조문호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살면서도 따뜻하고 착한 심성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대지에 의탁해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과 강인한 정신력일 것이다.

평생을 자연에 순응하며 세상과 등지고 살아왔을 이 이름없는 민중들의 삶과 역사는 무엇이며, 어떻게 말해져야 할까? 그들이 땅을 경작하고 식량을 채집하며 강하고 질긴 목숨을 꿋꿋하게 이어온 그 내력이 우리네 전통이고 역사였음을 이들의 얼굴과 몸에서 다시 확인해 보는 일은 새삼 한국인의 정체성을 사유해 보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조문호의 사진은 비로소 그들의 소멸과 망각 이후에 유일하게 남아 그들의 삶의 언어를 묘석처럼 제공해 줄 것이다.

- 서문 <두메산골 사람들의 초상> 중에서 | 박영택(미술평론가)

그의 작품에는 아주 높고 치밀한 불완전함이 있다. 무기교의 기교이며, 무기교를 위장한 기교다. 그런 불완전함이 이상하게도 내 의식을 오래도록 자극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무장한 요란한 영상보다 오히려 주의력을 끄는 것이다. 그 미완인 듯한 불완전함은 작품에서 보여주지 않는 부분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챙겨야 할 몫을 남겨두는 미완의 여백을 보는 이가 메꿔 가게 만드는 고도의 기술이 여기 숨어 있다. 그의 작품은 지루한 듯한 불완전함 때문에 사람들을 사진 속으로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발휘한다. 불완전의 지루한 축적이 완전함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나는 조문호의 사진을 보며 사람들을 보듬어 키워 주던 산골을, 그곳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찾아가는 보따리를 꾸린다. 그래서 그들이 살았던 지난 시간대로 돌아간다. 그러면 그 산비탈에 묻어 있는 두메 삶의 투박함과 부드러운 흙살이 손으로 더듬어진다. 그 추억의 그림자에 나를 포갠다. 산속에서 배어나는 신선한 옛 공기를 호흡한다. 숨을 깊이 들이쉬며 그 두메 삶과 하나가 된다. 나는 그 삶 속으로 빠져든다. 사진의 여백에 내가 채워진다. 나와 사진이 하나가 된다.

- 발문 <지루하지 않은 것은 금방 싫증이 난다> 중에서 | 박인식(소설가)
이 작업을 위해 조문호는 정선 귤암리에 거처를 마련해 두고 1년여 절반 이상을 그곳에서 지내며 촬영을 했습니다. 고압선 철탑 위에 올라가 동강을 부감으로 찍기도 했습니다. 촬영을 하러 가다가 비탈진 빙판에서 차가 굴러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폭우로 강물이 불어 몇 날 며칠을 고립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 힘겨움을 무릅쓰고 꾸준히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문호의 어디에 저런 저력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 힘은 아마도 조문호의 따뜻한 인간미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문호의 따뜻함은 도시의 매끄러우면서도 단단하고 각이 진 환경과 생래적으로 맞지를 않았을 것입니다. 조문호의 품성 자체가 생명을 키워내는 흙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그래서 조문호는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두메산골 사람들의 삶을 눈여겨보았을 것입니다.(...) 조문호의 사진은 강원도 두메산골에 사는 사람들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생동력 있는 유대감으로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그건 분명 인격적 관계의 형성입니다. 그 연결은 패러다임 전환의 문화 트랜드를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뜨게 해줍니다. 그리고 도시의 삭막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의 건조한 마음에 위안과 에너지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발문 <마음이 따뜻한 사람> 중에서 | 배평모(소설가)






조문호 씨는 그가 사진집을 낸다고 하자 지인들이 서문과 발문을 서로 먼저 써 주겠다고 나설 정도로 사진계에서는 호인으로 알려져 있는 사진가입니다. 그의 순박함과 우직함은 사진에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그는 요즘 유행하는 여느 사진들과 달리 어떠한 기교도 부리지 않고 대상과 직접 교감하고 있습니다. 그의 사진은 사진이 목적이 아니라 사진에 담겨 있는 대상들의 삶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벽증적인 작가의식은 그가 1990년 성매매 여성들을 기록한 '전농동 588번지' 사진을 초상권 보호를 이유로 아직도 출판하려 하지 않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87년 「민주화항쟁기로사진전」과 1995년 「전통문양전」, 2000년의 「동강 백성들」등의 사진 개인전을 연 바 있는 그는 사회문제에서 환경문제, 전통문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조문호 씨는 현재 한국환경사진가회 회장으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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