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최승희, 193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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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암울한 시절 우리 민족의 우상이었던 마라톤 영웅 손기정이 타계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손기정을 인터뷰하려고 애썼으나, 노환으로 말씀하실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아쉽게도 이루지 못했다.
인터뷰가 가능했더라면 그분께 최승희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다.
1936년 10월, 여운형과 송진우 등 민족지도자들이 손기정의 세계 제패를 축하하는 자리를
종로의 명월관에서 가졌다. 마침 경성에 와 있던 최승희도 초청됐다. 최승희는 당시 해외공연을
실현시키고자 동분서주할 때로, 9월말에 도쿄의 히비야공회당에서 해외공연을 위한 시연회 성격의
제3회 신작발표회를 끝내고 잠시 경성에 와 있었다. 여운형은 손기정과 최승희를 나란히 앉혀 놓고
"자네들이야말로 조선을 빛내고 있는 애국자들일세"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여운형은 그 전 해에 결성된 최승희후원회의 발기인이기도 했다.

내가 최승희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처녀시절 신문사 일을 본 적이 있는 어머니로부터였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들은 것은 1963년 대학시절 안제승 선생의 '무대예술론' 수업에서였다.
그후 1983년 일본영상기록센터에서 감독으로 일하고 있을 때, 다카시마 유사부로가 저술한
『최승희 』를 읽고 나서야 자세히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그 책을 가지고 서울에 잠시 들어왔었는데
정보기관원으로부터 왜 불온서적을 지참했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최승희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1992년부터이다. 최승희 탄생 80주년에 맞춰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했으나, 그의 발자취를 더듬는 일은 세계를 일주해야 하는 대스케일이어서
제작비 문제로 더 이상 추진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최승희 관계 연구서가 나오고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로도 다루어졌다.
나는 10년이 지난 2002년에야 비로소 이 숙제를 풀 수 있었다. 여기에는 일본 비디오 프로모션의
후지다 게츠 사장과 BS 아사히방송의 오다규 에이몽 회장의 배려가 컸다.

그동안 최승희의 삶과 춤을 추적하며서 여러가지 느낀 바가 많았다. 내가 가장 큰 감동을 받은 것은,
최승희가 관동군 위문공연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면서도 중국 운강석굴의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석굴암의 벽조>라는 무용을 창작하고, 그의 제자들이 실크로드 선상의 <돈황무용>을 천년 만에
재현한 사실이었다. 이사도라 던컨이 그리스·로마시대의 조각을 무용으로 재현하여 세계적인 무용가
가 되었던 것에 버금가는 위대한 작업이었다. 그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언젠가 우리 무용가들에
의해서 고구려 벽화를 소재로 한 고구려 무용이 재현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최승희의 삶은 그야말로 '격동의 20세기'를 관통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얼음과도 같은
시대를 오로지 춤만 고집하면서 우리의 민족무용을 현대화하는 데 헌신했다. 서울올림픽이나 월드컵
개막식에서, 또 북한의 아리랑축제 등에서 우리의 종합무용이 세계인을 감동시켰는데 그것들은
최승희가 남긴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무용은 어떤 도구에 의해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직접 표현한다는 점에서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원초적인 예술 형태이기도 하다.

| 머리말 중에서 (엮은이 정수웅)

머리말 / 다큐멘터리 최승희를 찾아서 · 정수웅 / 무용계 최고의 스타 최승희 / 세계로 나아가다 /
시대의 격랑을 헤치고 / 최승희가 남긴 흔적 / 최승희를 말한다 · 대담:안제승 · 김백봉 · 정수웅 /
최승희 연보






엮은이 정수웅은 '한국의 다큐멘터리스트'로 불리는 베테랑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탐구하는 작업에 몰두해 여러 편의 우수한 문화 다큐를 남겼으며, 지난 30년간
다큐만을 고집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1973년 KBS PD로 입사해 <한국의 미> <초분>(1977)과
<불교문화의 원류를 찾아서>(1978~81), <비구니의 세계, 석남사>(1979) 등의 문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1980년대초 방송사를 떠나 독립 프로덕션 '다큐서울(Seoul)'을 만들어 <시베리아 한의 노래>(1992),
<망향의 섬들>(1994), <애환의 반세기>(1995) 등의 다큐멘터리와 <태평양전쟁의 최후의 외무대신
도고 시게노리>(1999)와 <세기의 무희 최승희>(2002)를 통해 역사에 희생된 인물을 재조명했다.
2004년부터 동아시아 민초들의 시각에서 격동의 20세기를 증언하는 총13부작 <동아시아 격동
20세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 TV제작자 포럼'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연세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최근엔 최승희 조명작업과 관련해 김백봉춤보존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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