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 넘는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운 뒤, 방파제에 드러누웠다.
가끔씩 찌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면 일어나지만,
어차피 고기야 잡히든 말든 상관없다.
저 멀리 시집을 들고 선 시인은 온종일 바다를 위해 시를 낭송한다. [ 이현주 / 휴(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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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늙어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해 '추억'합니다. 기억의 창고를 들추어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일은, 그러나 현재의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라지고 잊혀져 내 안에 버려진 소소한 기억들은 지금, 이 자리의 나를 있게 한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나지막한 담장, 고만고만한 높이의 낮은 집들이 땅 가까이, 하늘 가까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좁고 긴 골목에는 늘 분주한 사람살이가 넉넉히 담기곤 했습니다. 모퉁이를 돌아 조금 넓다싶은 길가, 최고의 놀이터였던 구멍가게 앞에는 아이들이 조막만한 머리를 맞대고 서서 군침을 삼키거나 호기심 어린 눈알을 굴리며 주인 아저씨의 지청구에도 끄떡 않고 들추고 만지다가 슬쩍 제 주머니에 넣고는 줄행랑을 치기도 했지요. 일요일이면 대중목욕탕이나 이발소 앞에서 엄마, 아빠와 실갱이를 벌이는 아이들을 보는 일이 흔했습니다. 폼나는 장난감 하나 없이도, 흙 한 줌, 돌멩이 하나,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늘 차고넘칠 만큼의 놀이거리를 만들어냈고, 너나할것없이 형제, 자매처럼 얽혀, 눈비 맞으며 흙과 바람 속에서 청년으로, 어른으로 훌쩍 커 갔습니다.

이제는 시간 속에 묻혀 버린 풍경들입니다. 물질적인 풍요로 치자면 지금의 삶에 비해 절대적으로 빈곤했으나, 그 시절은 물질이 아닌 다른 수많은 것들이 넘쳐나던 때였지요. 자연은 제 이치대로 순환했고, 사람들 또한 자연을 경외할 줄 알았습니다. 세상을 순환시키는 원리는 변하지 않았으나, 그 순환의 중심이 바뀌어 버린 지금, 실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2002년부터 2년간 월간 『지오(GEO)』에 실렸던 여덟 편의 글과 사진을 모아 책으로 펴냅니다.
사람을 닮아 있던 우리들의 집과 온마을 사람들이 들고나며 정을 나누던 구멍가게와 이발소, 아이들의 입가를 형형색색의 빛깔로 물들이던 불량식품과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검붉은 흙, 두고 온 그 시간의 흔적들과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해 푸석푸석해진 자연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들추어 꺼낸 이 기억들은 밝음과 어두움을 함께 지닌 '우리들 정서의 풍요를 일궈 온 터전'이요, '우리들 마음의 상흔'이기도 합니다.

비 혹은 물에 관한 이야기 · 최성각 / 휴(休) · 이현주 / 구멍가게라는 이름의 그 작은 세계 · 김열규 / 이발소, 이발소 그림 · 박영택 / 사람살이를 담는 집 · 임석재 / 불량식품 연대기 · 이동연 / 흙에 대한 아홉 가지 단상 · 최성각 / 세월의 흔적 · 조병준







김열규 _ 국문학과 민속학을 공부했다. 한국인의 삶의 원형을 탐구하며 『한국의 무속문화』(박이정, 1998), 『한국인의 죽음과 삶』(철학과현실사, 2001)등을 썼고, 최근에는 한국인의 웃음의 내력과 미학을 다룬 『왜 사냐면 웃지요』(궁리, 2003)와 한국 사회, 한국인의 화를 주제로 한 『한국인의 화』(휴머니스트, 2004)를 펴냈다. 현재 계명대 한국학연구원 원장으로 활동중이다.

박영택 _ 미술교육과 미술사를 공부한 후,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로 9년 동안 일했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마음산책, 2001), 『식물성의 사유』(마음산책, 2003)등의 책을 썼고, 지금은 경기대 미술학부에서 강의를 하며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동연 _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중문화 연구와 문화비평』(문화과학사, 2002), 『서태지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문화과학사, 1999), 『문화연구의 새로운 토픽들』(문화과학사, 1997)등의 책을 썼다. 지금은 성공회대에서 문화이론을 강의중이며, 계간 『문화과학』편집위원,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현주 _ 국문학을 전공한 후, 월간 『지오(GEO)』에서 약 6년간 일했다. 지구촌 사람과 동물, 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며, 지금은 도시생활 문화지 『세븐 데이즈』기자로 일하고 있다.

임석재 _ 건축학을 공부하고, 세 권의 '1990년대 한국 건축 시리즈'와 아홉 권의 '서양 근현대 건축사 시리즈'를 펴냈다.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대원사, 1999), 『현대건축과 뉴휴머니즘』(이화여대출판부, 2003)등의 책을 썼고, 최근에는 『서양건축사』1권과 2권(북하우스, 2003)을 펴냈다. 현재는 이화여대 건축과 교수다.

조병준 _ 『세계의 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1992)했다. 연구원, 극단 기획자, 방송작가, 번역가, 대학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고, 인도 캘거타의 구호시설에서 만난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그린비, 2002)와 『나눔나눔나눔』(그린비, 2002), 『길에서 만나다』(디자인하우스, 1999)등의 책을 썼다. 현재 시인이자 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성각 _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당선(1986)돼 소설가로 등단했다. 『택시 드라이버』(세계사, 1996), 『부용산』(솔, 1998),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도요새, 2000)등의 소설집을 펴냈고,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창립하면서 환경운동을 펼쳤다. 현재는 소설가로, 풀꽃평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병훈 _ 사진과 미술을 공부했다. 꽃과 풀냄새, 종이냄새를 좋아하고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형태와 비 오는 거리, 오래된 공간을 좋아하는 사진가다. 세 번의 개인전과 십칠여회의 그룹전을 했다. 지금은 포토에세이스트로, 피쳐 사진가로, 여행 컬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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