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박물관에는 1910년대와 1930년대에
촬영된 1,300여 점의 유리건판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유리건판은 유리판 위에 사진용 감광유제를 도포하여 만든 것으로, 이 유리건판 위에 이미지가 착상되도록
한 것입니다. 요즘 쓰이는 합성수지 계통의 셀룰로이드 필름과 달리 무겁고 파손 위험이 높은 것으로서
사진의 기술 발달과정의 한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일제강점기에 사용했었는데,
서울대학교박물관에 남아 있는 유리건판들도 아마 경성제국대학의 유산일 것입니다.
이 유리건판들은 서울대박물관 연구원으로 있는 선일 씨가 박물관 수장실 한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유리건판 상자를 발견해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고 사진촬영
활동을 해온 그인지라 그 상자 속에 있는 것이 유리건판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 사진집에는 그 유리건판으로부터 인화한 사진 90여 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930년부터 1940년 사이에 일본인 사회학자이며 민속학자인 아키바 다카시(1888-1954)와
아카마쓰 지조(1886-?)가 조선과 만주를 답사하며 촬영한 사진들 가운데 조선의 풍경과 유적,
민속 등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중심으로 하고 만주 사진을 일부 덧붙여 엮었습니다.
촬영자의 관심을 반영한 듯 조선의 민속과 문화유적을 촬영한 사진이 많은데 1930년대에 공연된
남사당놀이, 경기도 도당굿 등 무속 관계사진들은 희귀자료로서 그 가치가 뛰어나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독립문, 탑골공원, 홍릉, 경성제국대학 등의 사진은 현재의 모습을 같은 각도에서 촬영해
수록하여 시간의 흔적을 체감할 수 있도록 편집하였습니다.
비록 촬영자들의 의도가 식민 지배와 조선의 전근대성을 포착하려는 데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은 1930년대의 모습을 이 유리건판들이 생생하게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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