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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대표 인터뷰 눈빛 소식란



1.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1980년대 중반 미술책을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 편집부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포토포쉐(Photo Poche) 사진문고를 만들면서부터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유진 스미드(W. Eugene Smith), 만 레이(Man Ray) 등 세계 사진가들의 사진집을 만들면서 ‘아 세상에 이런 사진도 있구나, 사진이 무엇을 말하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미술연감도 담당했었는데 그때 작가들이 보내오는 전시 팜플렛을 몇 달 들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시각예술에 눈이 뜨이기 시작하더군요.

2. 어릴 적 성장배경도 사진과 연관되어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 또는 청소년 시절에는 사진과 어떠한 인연을 맺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은 문학에 대한 열병을 앓던 시절이었습니다. 조세희, 조선작, 황석영 등 당시 이른바 70년대 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했습니다. 자연히 학교 공부와는 거리가 있었고 나름대로 세상과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사진과의 인연은 당시 번역돼 나온 지젤 프로인트(Gesele Freund)의 [사진과 사회(Photographie et Societe)]를 고1 무렵에 읽었을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저희 출판사에서 2년 전에 프로인트 여사와 직접 계약하고 번역자이신 성완경 선생께서 번역을 다시 손봐서 출판했습니다. 20여 년 후에 다시 그 원고들을 저희 출판사에서 출판을 위해 교정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지요.

3. 이규상 씨께서는 사진작가이신가요?

아니요.
사진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시는데도 사진가가 되지 않으신 이유는 무엇이예요?
저는 숙명론자는 아니지만 사람에게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이 있다고 봐요. 아직도 미숙하지만 경영자나 편집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합니다. 좋은 사진을 고르는 안목과 사진을 찍는 일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4. 눈빛 출판사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출판사를 시작하신 때와 ‘눈빛’이란 이름에 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출판사 개업은 1988년 11월에 했어요. 장가든 지 석 달 만에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집에 붙어 있기도 뭐해 도시락 싸들고 도서관을 전전했어요. 집사람이 얻어온 세계문학 교정지 교정을 보거나 책을 읽으며 소일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진국 씨와 영화감독인 여균동 씨가 출판사 하나 만들어 보자고 저를 천거하여 합류하였습니다. ‘눈빛’은 그 당시에는 아무래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에 가까웠고, 지금은 세상을 포용하는 ‘눈빛’을 뜻합니다.

5. 발행하신 사진관련 책들 중 첫 작품은 무엇인가요? 그 책을 발행하신 계기와 이유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크리스 마커(Chris Marker)의 사진집 [북녘사람들(Coreennes)]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사진을 분단역사에 대입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소비매체가 아니라 어엿한 생산매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광고사진과 풍경사진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었는데 이 책의 출간이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에게 많은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훗날 많이 들었습니다. 2,000부 찍어 5년 동안 팔다 절판시켰는데 아직도 간간이 그 책을 찾는 사람들이 사무실로 전화를 해오기도 해요. 언젠가 작가와 연락이 되면 다시 출간하고 싶습니다.

6. 초창기 발행할 사진들을 고를 때와 현재의 생각, 기준 등이 일치하세요? 혹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셨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어떤 연유로 생각의 전환을 겪게 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지금은 사진의 여러 분야를 포용하고 인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초기에 가졌던 개혁과 진보라는 기본 명제는 아쉽게도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진보는 아주 소박한데, 사진을 통한 사회, 문화의 발전입니다. 아직도 진보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경박한 상업주의와 배금주의 그리고 문화를 경시하는 풍토에 많이 가슴아파하곤 했어요. 그래도 저는 우리의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난 10여 년간 베스트셀러 한 권 없이 사진을 끌어안고 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지금도 사진을 고를 때 늘 생각하는 것은 이 사진 속의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에요. 가능하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또 시대와 역사의 증인으로서 그들의 역할에 주목하지요. 그리고 사진가가 피사체 앞에서 얼마나 진실했는가도 사진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요. 백 년, 이백 년 뒤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들고 가고 싶어요.

7. 지금까지 발행해 오신 책들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3-4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또한 그 책들이 왜 가장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저는 저희 출판사에서 낸 책들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해요. 잘 팔린 책이거나 안 팔린 책이거나 모두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요. 그러나 굳이 고르라면 이경모의 [격동기의 현장]과 성두경의 [다시 돌아와 본 서울] 그리고 김기찬의 사진집 [골목안 풍경] 등 세 권을 선택하고 싶어요. 앞의 두 권은 각각 우리의 역사 현장을 기록한 사진집인데 저희 출판사가 아니면 출판되기 힘들었을 사진집들이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어요. [골목안 풍경]은 한국이 그렇게도 갈구해 왔던 산업화, 도시화의 이면을 사진으로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어요. 김기찬의 골목안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들이 낙오한 것이 아니라 희생당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8. 특히 한국 관련 사진을 많이 출판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가장 좋아하는 사진의 주제가 있다면 무엇이예요?(한국의 풍경이라든지, 아니면 한국인들의 생활모습 등)

저는 사진으로 우리의 역사를 쓰고 싶어요. 역사를 쓰되 권력 중심의 역사가 아닌 이름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의미의 역사는 문학이 잘하고 있는데 사진도 문학 못지않게 그 촘촘한 그물로 역사를 건져올릴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저는 우리 한국이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고, 우리의 강산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서구화, 산업화로 잃어버린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을 사진집으로 남기고 싶어요.

9. 발행되는 책들의 주요 독자층은 누구인가요?

아쉽게도 사진계 독자가 적어요. 미술, 문학, 역사 등 인접 시각예술과 인문분야의 독자들이 많아요. 어떤 때는 우리가 사진을 너무 폭넓은 매체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예요. 우리 사진계는 아직도 사진을 예술로 인식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에 못 미친 결과겠지요.

10. 사진이 다른 이미지들(예를 들어 그림, 영화 등)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진 예술만이 지닌 특별함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사진 속의 세계는 사진가에 의해 걸러진 현실입니다. 하필이면 사진가가 파인더를 통해 그 장면을 잡아낸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데서 사진미학은 출발한다고 봐요. 영화의 장면들은 쉼없이 흘러가지요. 귀납적이지요. 영화가 끝나기 전에는 그 영화의 주제가 드러나질 않지요. 하지만 사진은 단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지요. 사진은 시(詩)에 가까워요. 또한 사진은 계조의 재현이라는 독특한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어요. 사진은 시간의 예술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진의 가치는 더해진다고 봐요.

11. 서구 사진들 중 가장 좋아하시는 작품과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지금도 젊지만, 더 젊어서는 현장을 뛰어다니는 종군사진가들의 박진감있는 사진을 좋아했어요.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취재한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사진이 좋았어요. 그런데 전쟁사진은 사진에 확 들어나는 사진가의 시각이 자꾸만 눈에 걸리더군요. 특히 6?25동란기와 월남전에 종군한 미국 사진가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시각이 끔찍하더군요. 최근에는 프랑스의 사진가 앗제(Eugene Atget)의 거리사진과 나다르(Nadar)의 초상사진들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해요. 앗제의 파리 거리와 건축물 사진에는 고독과 슬픔이 배어 있어요. 우리말에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나다르 사진에 꼭 어울리거든요. 나다르가 항공사진을 찍기 위해 기구(氣球)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사실도 재미있었어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 중에는 세바스티아오 살가도(Sebastiao Salgado)의 제3세계 사진들을 좋아하지요. 그의 사진에는 인간의 희노애락이 다 담겨져 있어요. 그의 사진을 보면 사진이 대단한 매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어 좋아요. 또 그의 부단한 사진에 대한 열정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어요.

12. 현재 진행중이거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더니즘 이후의 사진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이론서를 서너 권 정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현재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모으고 있는 사진들은 6.25동란기의 사진들이랍니다. 저는 ‘한국전쟁’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더군다나 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고 하니 기가 막힌 노릇이지요. 가공할 폭력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는데 그 시기의 우리 민족이 어떻게 그 전쟁을 겪었는지 사진으로 보고 싶습니다. 미공군기가 네이팜탄을 투하하며 지나가는 비디오 필름을 보았는데 저는 그 아래 초가집 속의 공포를 보았습니다. 가능하면 미군, 국군, 중공군, 북한군 사진을 망라해 보고 싶어요.


인터뷰(Les Cahiiers de Coree, 05 Oct. 2001) | 이규상(Lee KyuSang,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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