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몸을 통한 소통과 단절에 관하여

“나는 전적으로 몸이며, 그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니체

오늘 우리는 몸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몸은 껍질이고 정신은 본성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믿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것 같다. 정신과 이성을 강조해 온 합리주의 아래에서 몸에 관련된 언급이나 생각 등은 천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몸에 대한 전통적인 억압과 지배로부터 벗어나면서 이제는 몸과 자아가 동일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단순히 생물학적 존재인 살덩어리로서의 몸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근원지인 것이다. 모든 행위의 주체이자 세상을 경험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몸은 해방과 욕망의 상징을 넘어서 하나의 기호이자 문화적 텍스트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참된 세계는 본질적으로 감각으로 된 세계이고, 몸은 이러한 세계를 아는 데 필연적이고 본질적인 통로라고 한다. 또한 크리스 쉴링은 몸은 사회 안에서 출현하여 사회와의 관계를 맺으면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변형되는 미완성의 생물적 현상인 동시에 사회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우리가 몸으로 살아가고 있고, 몸으로 죽는 존재인 만큼 몸처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몸으로서의 삶이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그것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말할나위없이 크다.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있더라도 몸의 한계를 초월할 수 없는 것이다. 내 몸의 주인이면서 내 몸의 노예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몸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 우리 문화의 키워드는 단연 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가히 열풍이다. 살빼기가 대중화되고 몸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아름답고 섹시한 몸 만들기는 전쟁과 다름없다.‘너의 몸은 전쟁터이다(Your body is a battleground)’라는 아포리즘이 말해 주듯이, 특히 여성의 몸 만들기 전쟁은 소비문화 속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상품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시대의 몸에 대한 높은 관심은 몸을 구속과 통제의 대상이 아닌, 욕망과 쾌락의 상징으로 바라보게 한다. 몸 만들기는 몸도 집중적 관리의 대상이 되었음을 뜻하며, 결국 본능적 욕망, 에로티시즘, 나르시시즘적 쾌락의 대상으로 몸이 작용함을 의미한다.

이 시대의 사진가들에게 과연 몸은 무엇인가? 여기 열여섯 명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몸은 단순히 생물학적 존재인 살덩어리로서의 몸 바라보기에서 벗어나 있다. 소비되고 욕망하는 몸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단지 생존하는 몸이 아닌 소비되는 몸, 욕망하는 몸을 자신들의 코드로 재구성해서 보여주고 있다. 단절과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몸, 경계를 넘어 탈주하려는 몸, 욕망을 소진시키고 탈진한 몸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몸으로 일컬어지는 옷을 통해 자아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콘돔을 빌려 성적 욕망의 지표(index)를 제시하고, 이상화된 몸에 대한 패러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몸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 김남진(기획, 사진가)







임안나 | 밤 11시 49분이다, chromogenic color print, 40×40cm, 2004

안명숙 | 관계 - 거실에서 태성·미정·여성, chromogenic color print, 50×60cm, 2002. 10. 9

이용훈 | 순애보, digital silver print, 50×75cm, 2001-2004

이혁 | Real Life, dye destruction print, 50×60cm, 2003-2004


김현숙 | 타락천사, digital silver print, 50×60cm, 2004

방명주 | 숨(breath), digital silver print, 50×60cm, 2004

정소영 | She…, vandyke brown print, 145×73cm, 2002
목록보기
위로올라가기

관리자에게 메일보내기 사이트맵
도서구입방법
 
교보문고
 
알라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