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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입니다. 햇빛은 작렬하고 나뭇잎들은 곧 까맣게 타 버릴 듯합니다. 아스팔트들은 아무리 물을 뿌려도 금세 다시 달아오르고, 짧은 소나기는 긴 열대야까지 식혀 주지 못합니다. 제아무리 붉은 수박과 차가운 아이스 커피도 도시의 피로와 권태와 갈증을 다 거둬가 주진 못합니다. 이대로는 더는 안 되겠다 싶어집니다.

서둘러 책상 위를 치우고 서랍을 정리합니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꺼내듭니다. 거기 '바다'라는 행선지가 분명히 적혀있습니다. 동해의 해수욕장이거나 비진도의 백사장, 서해의 낙조 혹은 하와이나 그리스의 산토리니 혹은 몰디브, 타히티의 바다. 어디가 됐든 바다를 봐야 수평선 같은 마음의 넓이와 신선함을 되찾고, 원색의 비치 파라솔 같은 인생의 화려함과 강렬함을 회복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여름. 마침내는 바다로 가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인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바다가 그리운 건 여름만이 아닙니다. 계절에 상관없습니다. 봄에도 겨울에도, 일상이 십 원짜리 동전처럼 구차하고 초라할 때, 사랑이 단지 상처거나 모욕일 때, 마음만큼 잘 안되는 일과 칫솔컵만한 인간관계가 절망스럽고 쓸쓸할 때, 그럴 때면 언제나 문득 바다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보들레르가 "자유인이여, 언제나 너는 바다를 사랑하리"라고 노래했다면, 우리는 "일상인이여, 나는 언제나 바다를 그리워하리"인 것입니다.

그런 때 찾아가는 바다는 인간스승이자 신이자 종교입니다. 늘 그깟 것, 그만 다 잊으라거나 용서하라거나 엎어 버리라는 구원의 서입니다. 그런 바다의 도덕교과서엔 늘 써있습니다. 알고 보면 그 누구도, 아무도 잘못 없다….

그런 바다가 여기에 모였습니다. 환한 한낮의 뭉게구름 같은 바다에서부터 일몰의 바다도, 검정 먹빛의 밤바다도, 깊은 심해의 침묵도, 알 수 없는 바다의 언어도 모두 다 카메라의 그물에 담겨져 왔습니다. 그 그물의 한없는 번짐과 깊이를, 그 내밀한 감정을 한껏 누려 보시기 바랍니다.

바다가 도시의 우리에게로 올 때는 뭔가 할 말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부디 갈매기 같은 저 많은 카메라 시선들을 통해 바다가 진정으로 여러분 각자에게 하려는 말을 든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 김경미(시인)


바다는 고대부터 한없는 넓이와 깊이로 인해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었습니다.
또한 흙, 공기, 불, 물 등과 같은 여러 원형적 이미지 중에서 바다는 물의 이미지를 대표,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한 탈레스의 말처럼 생명의 기원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바다를 구본창, 김중만, 고명근, 최병관 등 24명의 사진작가들이 관조의 대상, 유희, 포름의 대상 그리고 개념의 대상 등 3가지 색으로 선보입니다.

우선 관조(contemplation)의 대상으로서 바다 사진에서는 자기 성찰과 자아 완성의 대상으로서의
바다가 담겨있습니다. 두 번째 유희(amusements)와 포름(forme)의 대상으로서 바다는 다채로운 색채의 조화로움과 형태의 시각적 즐거움을 한껏 제시합니다. 끝으로 개념(conceptual)의 대상으로서 바라본 바다는 원형 그대로의 바다를 제시합니다. 이렇듯 다채로운 바다 사진을 통해 지친 현대인들에게 일탈의 기쁨과 시각적 청량감을 맛보게 할 것입니다.







한성필 | My Sea 2, digital silver print, 85x100cm, 1998

윤명숙 | chromogenic color transparency print, 50x60cm,2000-2003

윤상욱 | Lunatic Series, chromogenic color transparency print, 50x60cm, 1999

김중만 | Hawaiian Song, digital silver print, 85x115cm, 1992


이영훈 | 두 개의 세상, digital silver print, 80x50cm,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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