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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여 현재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전시중인 세계 도시와 환경사진전『80일 간의 세계 일주 그리고 서울의 기억』은, 저널리즘 사진 분야의 최고 권위 있는 사진작가들을 멤버로 보유한 매그넘의 주요 작가들과, 전 세계 다양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가들 (Alex Webb, Martin Parr, Bruno Barbey, Stuart Franklin, Steve McCurry, Thomas Hoepker, James L. Stanfield 등)의 작품 80점과, 한국전쟁당시 종군기자였던 임인식 님의 미공개 작품으로 50년대 서울의 모습을 항공 촬영한 사진 32점이 전시된다.
사진의 기록적인 측면을 뛰어 넘어 예술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던 이들의 작품은 세계 곳곳의 역사적인 한 장을 포착하고 인간존재의 성찰을 보여 주면서 인간과 환경의 필연적인 소통에 주목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인간과 가장 밀접한 환경으로서 도시공간을 바라보며,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인간들이 모여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고, 삶의 터전을 자리 잡은 곳에는 언제나 가장 인간적인 드라마가 존재한다. 한 존재 한 존재가 다 중요한 존재이면서도 도시라는 집합체에서 인간은 망점처럼 작고 미미한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가장 인간에게 직접적이고 다양한 정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익명의 도시 안에서 인간들은 사랑을 하기도 하고, 전쟁을 하기도 한다. 기쁜 일들이 있는 반면 상처를 주거나 받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서로 다른 개개인의 이야기가 있지만 또 서로 비슷비슷하게 닮아 있기도 하다. 건축들은 인간과 같이 나이가 들고, 파괴되고, 다시 생성되면서 도시 공간의 새로운 역사가 된다. 그렇게 인간과 삶의 터전들이 모여 도시라는 공유공간이 형성된다.
세계의 도시와 환경 사진전의 첫 번 째 테마인 『80일 간의 세계 일주』에서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처이자 도심 속의 숲의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도심의 최대의 공원인 센트럴 파크, '빨랫골'을 뜻하는 도비가트에 줄줄이 널어져 있는 빨래들, 캐나다 앨버타의 한 고속도로를 야생동물들이 안전하게 가로지를 수 있도록 고안된 '생태계 육교', 아름다운 가옥구조와 122개의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수로를 따라 곤돌라로 이동하도록 형성된 수상도시 베네치아, 그 높이가 72m에 이르고 부처님 머리의 직경이 10m가 넘어 발 위에는 성인 10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중국의 쓰촨성의 로샨 대불상, 산악지대의 담수를 태양에 노출시켜 제조하는 소금 생산지 니제르 등등 세계 각국의 도시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현대 공상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상상 속 흥미진진한 여행을 다루었던 작품 제목으로도 유명한『80일 간의 세계 일주』라는 제목으로 이번 전시 제목을 정한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다가 쥘 베른의 소설이 실제 답사가 아니라 상상이라는 측면으로서의 세계일주였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서 실제로 그 곳에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사진가들이 담아낸 이국적 풍경을 보고, 화면 뒤에 있는 세계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그 도시라는 환경에서 끊임없이 생성되었다 사라지고 있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연상해 보라는 뜻으로 받아 들여 본다.
『80일 간의 세계 일주』의 사진전에 참여한 작가들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지 않겠다. 그들의 화려한 이력이 어쨌단 말인가. 그냥 그들은 매그넘이란 말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란 타이틀로도 충분히 설명이 될 것이다. 그들의 사진은 객관적 기록으로서나 주관적 작가감성에 있어서나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직된 세계에 농담을 던진다. 그들의 사진은 사심이 없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세계의 도시와 환경 사진전의 두 번 째 테마인 <서울의 기억>전은 한국의 사진가 임인식 님의 사진들로 1950년대의 한국의 모습을 담아 놓은 흑백사진들이다. 종군 사진대장으로 전쟁의 실상을 기록했던 그는 휴전 이후 사진통신사를 차린 후 전국의 삶의 현장을 찾아 수많은 다큐멘터리 사진들을 남겼다.
한국전쟁이후 잿더미로 변한 학교 때문에 돌 의자와 나무상자로 책상을 만들어 야외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촬영한 뚝섬의 모습,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다리로 빗물의 양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청계천의 수표교, 눈 내리는 한산한 종로거리를 달리고 있는 자전거, 서울의 대홍수로 불어난 물이 흐르고 있는 광교, 여름에 팔 얼음을 채취하려고 한강에 나온 사람들(예전에는 추운 겨울 한강이 얼어버리면 서울 용산에 위치한 서빙고와 동빙고에 얼음을 보관하였다), 포퓰라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는 언덕 같은 서정적이며 과거 서울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적인 사진들도 있지만, 서울의 전통적인 주거모습을 경비행기를 타고 담은 가회동 사진과, 현재 밀리오레와 두타 평화시장이 들어서 있는 자리에 옛 덕수 상고의 모습과 청계천 5가와 6가 사이 하천에서 채소를 키우는 밭들을 찍은 항공사진, 서울 강남 반포지역의 예전 모습으로 시냇물이 흐르는 고요한 시골 농촌 구 반포천 주변, 혜화 로터리가 세워지기 이전의 혜화동 등 기하학적이고 초현실주의 회화 같은 느낌의 항공사진도 함께 전시되었다.
임인식 님의 『서울의 기억』전에 등장하는 사진에서 항공사진을 발견하는 것 외에도 첫 번째 테마였던 『80일 간의 세계 일주』에서도 많은 항공사진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항공사진인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항공사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높이 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늘 바라보게 되는 시야율을 넘어서 하이앵글로 내려다보게 되는 이 시야는 세계의 지형도를 확인시키면서 인간군상을 전지적 관찰자 입장으로 바라보게 된다. 전지적인 관찰자 입장에서 내려다 본 도시에는 성냥갑보다 작은 건물들과 그런 도시라는 공유 공간들 속에서 꼬물거리고 있는 작은 인간들은 무척 작은 존재가 된다. 인간이 삶의 터전을 잡고 환경을 조성했지만 그 속에 있는 인간들의 개개적인 사정은 존재의 구별조차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들의 존재가 하찮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작은 인간들이 서로 다른 형태로 분산되어 짓고 부수는 도시라는 환경 속에서 한없이 작아 보이는 인간은 하나의 익명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전지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개미들이 땅굴을 파고 집을 짓는 것을 확인하면서 개미라는 작은 존재들이 모여 만들고 있었던 개미굴에 감동한 경험이 있는 것처럼, 인간들이 만들고 낸 도시라는 환경을 바라보면서 인간과 환경의 소통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도시의 공동적인 환경적 특성과 인간존재의 성찰을 보여주고, 환경과 인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보여준 이 사진들은 미술관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예술이기를 주장하지 않는다. 그냥 사진이면 된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릴까. 세계 곳곳의 환경이라는 공유공간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 사진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또 다른 공유공간에 설치한 이번 세계의 도시와 환경전(80일간의 세계일주 그리고 서울의 기억)은, 그래서 올해 국내에서 열렸던 큼직큼직한 다른 사진전들에 비해서도 훨씬 더 큰 의미를 드러내며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다.

| 박지산 기자(한국사진신문 2004. 6. 1)
80일간의 세계 일주, 그리고 서울의 기억 전의 전시 구성

_첫번째 테마 : 서울을 비롯한 세계 각 도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유럽의 낭만적인 칼라와, 제3세계 국가들의 경건한 일상성, 지역간의 불균등한 발전이나, 옛 것과
새로운 것, 고대의 것과 모던한 것, 포스트모던한 것을 한 프레임 안에서 병렬시키고 시각화시킨
총 80개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지구 곳곳 평범한 인간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담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연과 사랑에 대한 동경 등의 아름다운 테마를 읽어 낼 수 있는 작품들.

_두번째 테마 : 서울의 50년 전의 모습을 회상하고 추억할 수 있는 임인식 작가의 흑백사진.
단순한 역사적 장면과 사실적 기록에서 벗어나, 현장의 진실을 풍부하게 담아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변모한 모습을 담론화 할 수 있는 장을 마련.





사진출처: 2004 그린 페스티벌 세계의 도시와 환경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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