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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을 하려면 여행자는 작아져야 한다. 그리하여 거쳐가는 도시와 풍경속에 녹아 들어 그 공간의 광대함과 동시에 가장 미세한 것들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여행자에게 사람들은 자기 집 문전에 잠시의 머무름을 허락하고 기꺼이 식탁을 함께하기도 한다. 작아지는 것, 그것은 그들 손바닥에 얹혀 여행하는 것이다.
그 생각은 어디에서 싹텄던가? 작년 10월, 서울의 장난감 가게를 돌고 난 후, 광명시의 노천 시장에서 내 여행의 가장 충실한 가이드가 될 그 물건을 만났다. 그것은 얼굴 없는 운전자가 걸터앉은 길이 7센티미터의 작은 장난감 오토바이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내 머리 속에는 모델명 '트랜스 업 125'인 내 스쿠터에 몸을 실은 한반도 기행이 그려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대형 지그재그를 그리는 1700킬로미터의 대장정말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렇지만 특히 아시아인들에겐 여행에서 찍은 사진에 자신의 모습이 꼭 들어가야 한다. 이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였지만 이번 여행에선 그들을 닮으리라 마음 먹었다. 사진마다, 몸과 얼굴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앞서 말한 장난감 오토바이였다.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인 나의 분신.

대장정의 시작부터 이 장난감 오토바이는 내게 의외의 것을 선사했다. '나의 분신'은 한국과 나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이다. 리포터란 직업 때문에 경험한 다른 여러 나라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은 그다지 장관을 연출하는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을 알기 전에 난 단 한 번도 존재와 사물의 아름다움을 그렇게 주의 깊게 바라본 적이 없었다. 장난감 오토바이를 꺼내고 그 조그만 크기에 맞는 구도를 찾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경이에 찬 어린이의 시선으로 로우앵글에 잡힌 대상을 바라보았다. 막 현상된 사진을 보듯이.

한국인와 이 장난감 오토바이에 얽힌 이야기. 인물을 사진에 담기 시작하면서 난 그들에게 나를 알리기 위한 메신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여행 중 만난 한국인들 중에는 외국인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의식적으로 나의 존재를 부인하려고 하는 그들이었지만 일단 장난감 오토바이가 등장하면 금방 반응을 보이고 대부분 매우 호의적인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장난감 오토바이를 그들 손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느닷없고 서툰 짓일 수도 있었지만 신뢰를 시험해 보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교류를, 그리고 마침내는 행복을 쌓는 일이었다. 나는 또한 조각가, 부두 노동자,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부 등 손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과 내 '분신'의 만남을 시도했다. 그 역시 중국에서 생산된 수공업의 산물이었으므로.
내 '분신' 곁엔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제품인 부시 대통령 마스크, 노점에서 파는 기념품들이 놓이기도 했다.

여행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호기심과 놀라움을 나타내거나 재미있어 하며 내 작은 오토바이를 손에 올려놓았다. 싫다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장난감에 정신이 팔린 그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거나 평소와는 다른 포즈를 취했다. 투명한 가을 햇살속 그들의 그러한 꾸밈없는 모습들, 그것을 나는 사진에 담으려 했다.
내 장난감은 따라서 자신의 첫번째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사진에 담긴 이미지들은 공통된 중심을 이루면서 그가 만난 존재들 각각의 독자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행을 통해 나는 또 자기 나라의 것에 몹시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집단적 정체성에 관심을 가졌다. 사진 전시와 함께 공개되는 오디오 테이프는 여행 중 녹음된 것으로 그 내용 대부분은 '당신 나라를 좋아하십니까? 왜요?'하는 질문과 그에 대한 한국인들의 대답이다. 질문에 답하면서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정체성 개념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외국인인 나의 눈에 그들은 더이상 '우리'의 한 부분이 아닌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가진 한 고유한 개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포착한 여기 이 녹음과 사진들은 그들 손바닥에 얹혀 여행할 수 있게 해준 한국인들에게 주는 재미있고 아름다운 선물이다. | 마크 라뛸리에르 (mlathos@hotmail.com)


- 트랜스 코리아나는 4월 중에 눈빛출판사에서 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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