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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여 년간 우리 한국은 민주사회를 지향해 온 것 같지만 결국은 자본주의 체제만 굳히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독재권력은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을 독려해 오면서 이 체제를 안착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전통적 신분사회가 급속히 붕괴되면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중심층
으로 떠오른 계층은 물불 가리지 않고 재력을 불려 온 사람들이었지요. 그래서 체면과 염치보다는
독선과 자만을, 공익과 책임보다는 사익과 방종을 증폭시켜 왔지요. 가난한 선비보다는 돈 많은 머슴이
존경받고, 자본이나 재력이 신분과 인격마저도 규정하는 형국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따라서 일부의
사람들은 우리 사회를 천민자본주의로 요약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문화를 이야기하는 일은 또 얼마나 부질없는 일일까요.

그렇지만 저는 최근의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 더러운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그 힘은 자본을 가진 천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가혹한 자본주의체제에 눌려 있는 민초들에게서 나온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의 아마추어들이 추악한 권력을 몰아내는 큰일을 한 것이지요. 이러한 고무적인 사실들은 비단 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촛불집회, 시민운동, 인터넷 등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습니다. 자본을 축적해 나가는 것을 인정하되
앞으로는 최소한의 염치와 도덕 그리고 사회에 대한 연대감내지는 책임을 강조하게 되겠지요.
앞으로는 재력을 기준으로 한 사람의 인격과 신분을 평가하는 일이 줄어들겠지요.

최근 몇 년간 저는 아마추어 사진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사진에는 프로 사진가들이 놓친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추어 사진을 섭외하여 몇 권의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로모로 쓴 일기/추백이와 따굴이가 함께하는 세상/트랜스코리아나). ‘골목안 풍경’의 사진가 김기찬 선생도 당신 자신이 아마추어라고 우기는 마당에 프로와 아마추어를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겠지만, 프로 사진가들은 사진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해 내는 사람들이라 거칠게 구분할 수 있겠지요. 전업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하면 관광지의 사진사 아저씨들만큼 프로인 사진가가 어디 있겠습니까. 결국 사진작업의 내용으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할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 우리 사진계 일각에서는 아마추어 사진을 폄하하는 풍조가 없지 않았지요.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꽃이나 누드 사진을 찍는, 사진을 그저 즐기고 소비하는 부류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거론할 필요조차 없었겠지요. 하긴 예총 산하의 모 사진단체의 사진가들 중에도 그런 사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카메라가 일반화, 대중화되면서 아마추어 사진은 프로 사진 못지않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래의 디지털 카메라의 대대적 보급은 아마추어 사진의 혁신을 가져왔는데 프로 사진이 간과해
왔거나 접근하지 못했던 소재나 영역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일상의 풍경이라든가 텅 빈 자동차 경매장의 풍경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경제상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거나 최근 아마추어 사진은 그 소재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사진 감각과 표현 형식에 있어서 프로 사진가 뺨치는
아마추어 사진가도 없지 않지요. 사진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아마추어 사진이 비로소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프로 사진이 답보를 계속하고 있을 때 아마추어 사진은 부단한 자기 혁신을 해왔습니다.
사진이 인간관계와 명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과 형식만으로 평가받는 풍토를
아마추어 사진이 다지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추어는 정말 힘이 세답니다.


2004-4-22 | 이규상 | 눈빛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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