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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계가 몇몇 유명한 사진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젊은 사진가들이 설 수 있는 공간이 유난히 협소해 보이기만 합니다. 언론과 화랑은 모두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인 몇 사람만을 사진가로 취급하는 듯합니다. 이제 원로의 대열에 들어선 그들이지만 사진계의 세대교체는 아직 요원한 것 같고, 몇 사람의 중진들은 자신들이 운좋게 확보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군요. 그렇다고 그들이 한국 사진 발전에 기여해 온 바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국 사진이 그래도 오늘의 위세를 갖추고 비록 타분야의 발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중들은 사진전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현대사진의 총아 디지털 사진은 어느덧 아마추어사진동호회와 컴퓨터분야의 전문가들이 잠식해 버렸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사진가들은 화려한 영상시대의 주역이 되지 못하고 옛 영화에만 매달려 온 것이지요. 이것은 기술의 진보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젊은 사진가와 사진인재 육성에 우리 사진계가 너무 인색했던 결과이지요.

젊다는 것은 패기 있다는 것이며, 역사의식과 도덕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사회와 문화의 발전에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패기나 실험정신을 찾아볼 수 없으며, 양심과 역사의식이 없으며, 자기이익만을 위해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비록 연령이 젊다고 해도 이미 늙어 버린 사람들이지요. 이런 기준에서 보면 연예인 누드사진이나 찍다 숨어버린 일부 사진가들을 젊은 사진가로 분류하기는 곤란하겠죠.

한국에서 사진가로 데뷔할 수 있는 방법은 대개 전시를 통하거나 사진집을 내는 경우일 것입니다. 개인전 한 번 여는데 어림잡아 1-2천만원 정도 들고, 젊은 작가 사진집을 내주는 곳이 없으니 자비출판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 또한 만만치가 않지요. 현실이 이러하니 돈만 있으면 사진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지요.
누누이 저는 자비출판은 출판도 아니라는 소신을 피력해 왔습니다. 출판은 저자, 출판사, 독자가 삼위일체가 되어 이뤄내는 문화행위입니다. 저자와 출판사의 금전관계로서만 끝나는 자비출판은 출판사로서는 인건비까지 다 챙길 수 있는 달콤한 사업이지만 편집자에 의한 검증단계를 거칠 수 없으며(돈 다 대는데 무슨 소리냐), 출판유통경로를 막아 버려(저자가 다 구입해 가 나눠 주죠) 결국에는 사진출판을 고사시키는 자해행위입니다. 우리는 서점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사망한 많은 사진집들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사진집은, 아니 책은 독자에 의해 완성된답니다.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쳐 데뷔도 못해 보고 좌절하는 재능있는 젊은 사진가들을 위한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사진가 데뷔 절차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 많은 사진단체와 학교 그리고 사진관련업체들이 이제는 젊은 사진가들에게 관심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물론 그동안 기득권을 한껏 누려온 사진가들도 이제는 전시 기회를 독식하기보다는 젊은 후배 사진가들에게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겠지요. 언론과 화랑도 이제는 몇몇 사진가들만 주목하지 말고 젊은 사진가들에게 폭넓은 관심을 보여야 하겠습니다. 축구팀에는 골 넣는 공격수도 있지만 수비 보는 선수들도 많답니다.

저희 출판사에서는 젊은 사진가들의 사진문고를 올해 안에 발간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름 있는 국내 사진가들이나 외국 사진가들의 사진문고가 판매에 더 안정적이겠지만 저희는 젊은 사진가들과 운명을 같이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사진의 미래는 젊은 사진가들의 그 초롱초롱한 두 눈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2004-3-10 | 이규상 | 눈빛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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