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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누드집이 화제입니다. 왜 하필이면 우리 역사의 상처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흉내내며 누드사진을 찍었을까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그 저의는 상업적 목적에 둘 수밖에 없겠군요. 기획사에서는 할머니들을 널리 도우려 했다지만 왠지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는군요. 새들처럼 한 둥지에 몰려 사시는 할머니들께서는 그런 도움 필요없다고 손사래를 치셨다지요 아마.

삭발한 기획자나 울며불며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사과하는 여배우의 모습을 보니 왠지 측은한 생각마저 드는군요. 어쩌면 그들도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상업주의의 한 피해자인 듯싶습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사회이고 보면 그런 용기도 내볼만 하지 않았을까요 .

이 시점에서 우리 출판계와 사진계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군요. 출판계는 지난 10여 년간 출판도시와 사옥 마련에 역량을 총집결해 온 느낌이군요. 하루가 다르게 출판환경이 변하고, 서점은 도미노처럼 쓰러져 나가는데 출판계는 도무지 속수무책이군요. 출판계가 내보내는 로열티도 무역역조에 많은 기여를 했다지요 아마. 따라서 국내 필자들은 찬밥신세이고 외국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융숭한 대접을 받곤 하지요. 또한 독자를 만들려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있는 독자 나눠 가질까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군요. 독재자의 아들이 비집고들어와 돈세탁하며 출판재벌로 성장한 곳이 한국 출판계라면 믿으시겠어요. 그 수많은 부메랑을 우리 출판계가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지 벌써부터 숨이 막혀 오는군요.

사진계로 눈을 돌려보니 이곳도 출판계 못지않게 더욱 가관이군요. 대중은 이미 사진전에 눈을 돌려 버
렸는데 자칭 사진예술가들끼리만 전시장에 몰려 있군요. 어느덧 사진분야의 베스트셀러들은 모두 외국
하이 아마추어 작가들의 사진집들이 차지해 버렸군요. 가격도 싸고 좋다는군요. ‘프렌드’ ‘러브’...
우리가 형식주의 사진에 매달려 톤이나 추구하고 인화지를 고르고 있는 동안 컴퓨터 전문가들의 디지털 사진책들이 서점가를 석권해 버렸군요. 아 저기, 재벌과 독재자의 아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일군의 사진가들이 보이는군요. 무슨 이유인지 한지에 프린트하고 톤을 좀 어둡게 했다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없다고 하는군요, 글쎄. 그들이 앞으로 다가올 역사의 심판을 어떻게 벗어날 지 벌써부터 궁금하군요.

그동안 우리의 자본주의는 한순간에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을 흠모해 왔습니다. 무조건 가진자에게 면죄부를 주어왔지요. 출판계와 사진계도 예외가 아니여서 돈을 많이 버는 작가나 출판사가 어깨 펴고 활보하고 다니지요. 그들에게 역사에 대한 의식이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 무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토록 마음이 저려오는 것은 결국에는 우리의 출판계나 사진계를 이끌어나갈 이름없는 사진가나 출판사 그리고 그들을 성원해 주는 독자들 때문이지요. 그들의 자기희생과 도덕성 그리고 역사의식이 빛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작은 손바닥으론 저 푸른하늘을 가릴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2004-2-19 | 이규상 | 눈빛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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